유다는 그 물건을 알아보았다. “그 아이가 나보다 옳다! 나의 아들 셀라를 그 아이와 결혼시켰어야 했는데”하고 말하였다. 유다는 그 뒤로 다시는 그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창세기 37장부터 50장까지는 요셉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런데 38장에 갑자기 맥락을 깨뜨리는 이야기가 끼어듭니다. 유다와 다말 이야기입니다. 야곱의 열두 아들 중에서도 유다는 아주 중요합니다. 다윗 왕이 거기서 나왔고, 메시아도 그 갈래에서 나오게 되지요. 유다는 형제들에게서 떨어져 나가 가나안 사람 수아의 딸과 결혼하여 엘과 오난과 셀라, 세 아들을 얻습니다. 이후 맏아들을 결혼시켰는데, 그 아내 이름이 다말입니다. 그런데 엘이 하나님의 눈 밖에 나서 죽게 되지요. 유다는 둘째에게 형수와 결혼하여 형의 이름을 이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난은 형의 아들을 낳지 않으려다가 죽고 맙니다. 결국 셋째만 남았습니다. 유다는 셀라마저 죽을까 염려하여 다말을 친정으로 보냅니다.
세월이 지나 유다의 아내도 죽고 막내 셀라도 장성했지만, 다말은 여전히 친정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유다가 상복을 벗고 딤나에 양털을 깎으러 간다는 소식을 들은 다말은 과부 옷을 벗고 너울로 얼굴을 가리고는 딤나로 가는 길 어귀에 앉아 유다를 기다렸습니다. 유다는 그녀가 창녀라고 생각해서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주기로 약속하고, 도장과 허리끈과 지팡이를 담보로 맡기고 다말에게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임산한 다말은 집으로 돌아가 너울을 벗고 다시 과부 옷을 입었습니다. 석 달이 지나, 유다는 자기 며느리가 창녀 짓으로 임신했다는 소문을 듣고 분노하여 며느리를 화형에 처하려고 했지요. 그러나 다말은 맡았던 담보물의 임자가 아이의 아비라고 고변합니다. 유다는 한눈에 그 물건들을 알아보고는 탄식하듯 말했습닏. “그 아이가 나보다 옳다.”!
이 이야기, 뭘 말하는 것일까요? 물론 이 이야기를 오늘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다말도 단순히 창녀 짓을 한 것은 아니지요. 당시에는 다른 가족을 통해서 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것이 마땅한 의무였습니다. 유다는 자신의 막내 아들까지 잃지 않으려고 다말을 내쳤지만, 다말은 가나안의 풍습을 따라서라도 대를 이어야 하는 자신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말은 유다의 두 아들인 베레스와 세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 베레스가 누구입니까? 다윗의 조상입니다. 끊어질 위기에 처한 유다의 계보를 가나안 여인 다말이 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유다에서 다윗으로 이어지는 이 계보는 마침내 예수님에게까지 이어지는 그리스도의 계보가 됩니다.
가나안 여인 다말의 일생은 참 기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냈습니다. 그녀는 짐작조차 못 했겠지요? 자신이 그리스도의 계보를 잇는다는 것을...그녀의 알 수 없는 인생에도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