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며 즐기는 유익중 하나는 세월의 흐름을 직접 눈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제는 양지바른 곳에 무리를 이뤄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분홍빛의 진달래꽃 군락들을 보았습니다. 햇빛이 따사로이 비치는 곳에 어여쁜 모습을 하고 산을 오르는 이들을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진달래꽃만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꽃들이 각자의 자태를 뽐내며 산의 여기저기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분홍빛깔의 진달래꽃을 바라보며 꽃이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이 몇가지 떠올랐습니다.
꽃은 저마다의 순서대로 피어납니다. 매화꽃이 피고 벚꽃이 피고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피어납니다. 어느 봄이든지 이 순서가 바뀌지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이 되면 먼저 피겠다 다투지 않고 피어납니다. 이를 두고 박노해 시인은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고 표현했습니다. 순서에 맞춰 피고 순서에 맞춰 먼저 핀 곳이 먼저 지는 것이 꽃입니다.
2. 꽃은 정한시기만 그 꽃을 피웁니다. 봄철 내내,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계속해서 피어있지 않습니다. “열흘이상 붉은 꽃은 없다” 하지 않습니까....그렇게 아름답고 화려한 벚꽃도 한주일 정도 우리에게 그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전해주고는 거리를 분홍빛 꽃잎으로 물들이고 떨어집니다. 피었던 꽃은 반드시 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꽃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돌아오는 가을 그 나무의 열매를 결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한송이의 꽃보다는 무리를 이루어 피어 있는 꽃들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벚꽃과 진달래꽃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벚꽃 한송이, 진달래 한 잎이라면 그것이 무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겠습니까...하지만 벚꽃잎과 그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진달래도 군락을 이루어 함께 같은 시기에 같은 자리에 피어나기 때문에 아름답고 보는이의 마음에 치유와 안심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혼자서 피는 꽃은 결코 아름답지 못합니다. 함께 같은 자리에, 같은 시간에 피어날 때에만 귀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백성들은 실로 풀같고 꽃같다 하십니다(사 40:6~8). 풀같고 꽃같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시간이 있습니다. 여호와의 동산에 심기운 꽃과 같은 성도 여러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하나님의 자녀, 주님의 한 몸 된 교회라는 그룹을 이루어 더욱 아름답고 더욱 신비롭고 더욱 영광스러운 모습을 드러내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