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타난 에스더의 인생을 보면 삶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그저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직감하게 됩니다. 크고 강대한 페르시아 제국이 다스리던 시절, 제국에 의해 포로로 사로잡혀온 자들의 자녀로 태어난 것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어린시절 부모를 모두 일찍 잃게 되어 사촌 오빠(모르드개)의 손에 자라게 된 것도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아하수에로왕의 왕후를 간택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고 마침내 왕후의 자리를 얻게 되는 것도 그녀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인생의 굴곡진 사건들은 그저 에스더라고 하는 가녀린 여인에게 일어난 삶이었습니다. 한번도 자신이 원해서, 자신이 선택한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에스더는 그녀의 삶을 통해 용기와 담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그로 말미암아 자신의 민족을 구원해 내는 큰일에 사용됩니다.
삶을 선택하지는 않았으나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받아드린 이에게 일어난 놀라운 반전입니다. 에스더도 그렇고 그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합니다. 삶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니기 때문에 자포자기하거나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주어진 삶 안에서 얼마든지 주도적으로 삶을 경영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는 있는 그대로의 삶에 순응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고 묻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이미 일어난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갈까? 를 하나님께 물어야 합니다. 둘째, 용기 있게 그 삶을 살아갈 결단이 필요합니다. 에스더는 자신의 자리에서 결코 도망치거나 물러서지 않습니다. 비록 다른 여인들과 함께 왕궁으로 이끌려 가지만(에 2:8) 그곳에서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호의와 사랑을 얻습니다. 현실의 삶에서 도망하지 않고 최선을 당해 용기를 내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삶을 부정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자 한다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서 돌아보시는 은혜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인생은 내가 선택해서 사는 것이 아니지만 그 인생길을 걸어가며 지치지 않도록 하나님은 군데군데 오아시스를 허락해 주십니다. 순응하며 용기를 내어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은혜로 도우십니다.